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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 오디오북 리뷰|표창원 프로파일러가 쓴 가장 현실적인 범죄 스릴러

by 예시카(yesica) 2026. 1. 27.

출처 교보문고

 
프로파일러가 소설로 풀어낸 분노와 현실의 그림자
표창원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늘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인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범죄심리학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파일러, 그리고 수많은 실제 사건을 분석해 온 사람. 그래서인지 그의 첫 장편 범죄 스릴러 소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처음부터 호기심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작품을 저는 오디오북으로 감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성우들의 몰입도 높은 목소리 연기 덕분에 이야기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고, 작품이 가진 무게감과 잔혹함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연말의 서울, 그리고 시작되는 카스트라토 사건

소설은 연말 분위기로 들뜬 서울 도심에서 시작됩니다. 한 오페라극장 여자 화장실에서 발견된 절단된 남성 신체 일부.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야기는 단숨에 독자를 붙잡습니다. 단발성 범죄처럼 보였던 사건은 일주일 간격으로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며 연쇄 범죄의 양상을 띠게 됩니다.
언론은 이 사건을 ‘카스트라토 사건’이라 명명하며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냅니다. 카스트라토란 18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 여성처럼 고음을 내기 위해 거세된 남성 가수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이 상징적인 단어는 소설 전반의 분위기와 맞물리며 단순한 범죄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이 사건은 서울 여러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용산구 동자동 스텔라드롭, 종로구 견지동 스텔라드롭, 종로구 초동 카페, 종로구 인의동 스텔라드롭, 상왕십리 꼬마빌딩,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 성동구 한강변, 응봉동 IMG기획 등 다양한 장소가 사건의 배경으로 언급됩니다. 프로파일러 이맥을 포함한 형사들은 장소와 연관 지여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사건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한국형 프로파일러 이맥의 시선

사건을 추적하는 중심인물은 한국형 프로파일러 이맥입니다. 이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이 소설이 단순히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 소설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사건의 결과보다도 그 원인과 구조, 그리고 인간의 심리에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표창원 작가가 오랜 시간 현장에서 마주해 온 분노, 무력감, 자괴감 같은 감정들이 이맥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감정을 과하게 자극하기보다는, 다소 건조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범죄를 바라봅니다. 처음에는 이 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느낌을 더해 주는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인물과 조직들

이 작품에는 다양한 인물과 조직이 등장합니다. 고일민, 스텔라드롭, JY그룹, 군 특수부대 출신 해결사들, 언론, 아테나센터, 아르테미스, 강두필, 유지수까지. 인물 관계가 단순하지 않아 초반에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복잡함은 의도된 장치처럼 보였습니다. 현실의 대형 범죄 사건이 그렇듯, 하나의 사건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권력이 얽혀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구조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며, 범죄가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특히 좋았던 점은, 성우들의 연기 덕분에 인물들이 목소리로 구분되어 이해가 훨씬 수월했다는 점입니다. 장면 전환도 자연스러워 귀로 따라가기에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잔혹하지만 자극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 소설의 주제와 메시지

솔직히 말하면, 이 소설은 결코 편안한 작품은 아닙니다. 남성 성기 훼손이라는 설정 자체가 주는 불편함과 잔혹함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잔혹함을 소비하기 위한 소설은 아닙니다.
작가는 끊임없이 묻습니다. 이 범죄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누가 가해자이며 누가 방관자였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 특히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태도와 대중의 반응을 다루는 부분은 꽤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소설은 돈과 권력을 좇아 양심과 정의, 인간성마저 저버린 현대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사적 복수와 정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화두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제시합니다. 소설 속 연쇄 살인범은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는 법과 정의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사적 제재를 상징합니다. 표창원 작가는 전직 프로파일러로서 범죄 수사과정을 사실적이고 상세히 묘사하고, 범죄의 수법, 범인의 심리 상태, 프로파일링 기법 등을 섬세하게 그려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오랫동안 품어왔던 이야기라고 하며 한국형 프로파일러 이맥을 통해 펼쳐냈으며, 앞으로의 이맥의 활약의 기대를 말하면서 차기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여운을 주며 끝맺어주었습니다.


오디오북으로 추천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오디오북으로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대사가 많고 전개 속도가 빠르며, 장면 묘사가 명확해 귀로 듣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우들의 연기 또한 몰입도를 크게 높여 주어 긴 분량임에도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가볍게 듣는 콘텐츠는 아닙니다. 감정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감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무리 감상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는 잘 만들어진 범죄 스릴러이면서 동시에, 표창원이라는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과 분노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통쾌함보다는 찝찝함이, 해답보다는 질문이 더 오래 남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프로파일러가 왜 소설을 썼는지, 그리고 왜 이 이야기를 해야 했는지, 오디오북을 끝까지 듣고 나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윌라오디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