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는 책을 정말 안 읽어요.”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초등학교 때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라도 읽었는데 중학생이 된 뒤에는 책보다 스마트폰과 영상에 더 익숙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두껍고 어려운 청소년 소설을 권하면 어떨까요?
아이가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읽기 싫어.”라는 반응부터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중학생에게 처음 필요한 것은 ‘좋은 책’을 억지로 읽히는 것이 아니라 “책도 재미있을 수 있구나”라는 경험입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이 읽기에 비교적 부담이 적으면서도 이야기 자체에 궁금증이 생기는 책 3권을 골라봤습니다.
특히 글밥이 너무 많지 않은 책,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는 책, 첫 책으로 도전하기 좋은 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책 안 읽는 중1에게 책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에게는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책’과 아이가 실제로 읽을 수 있는 책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음 네 가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 분량이 지나치게 길지 않은가
- 초반부터 사건이나 궁금증이 생기는가
- 중학생이 공감할 만한 인물이 등장하는가
- 끝까지 읽었을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가
이 기준으로 보면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중1에게는 처음부터 300~400쪽이 넘는 청소년소설보다 150~200쪽 안팎의 책으로 시작하는 방법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1. 『긴긴밤』|루리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저자 루리
출판사 문학동네
출간 2021년 2월 3일
분량 144쪽
수상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긴긴밤』은 지구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함께 바다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책의 분량이 144쪽으로 길지 않아 독서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가 첫 책으로 시작하기 좋습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글만 빽빽하게 이어지는 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루리 작가가 글과 그림을 함께 맡아 이야기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든과 어린 펭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단순히 어린아이를 위한 동화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족, 상실, 우정, 생명과 연대 같은 주제를 담고 있어 중학생이 읽고 생각해 볼거리도 충분합니다.
이런 중1에게 추천합니다.
-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아이
- 두꺼운 책만 보면 부담스러워하는 아이
- 동물이나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
- 긴 글보다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을 편하게 느끼는 아이
부모라면 아이에게 “이 책은 좋은 책이니까 읽어봐”라고 설명하기보다 “144쪽밖에 안 되는데 한번 읽어볼래?”라고 접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처음부터 책의 교훈을 설명하지 말고 이야기 자체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불량한 자전거 여행』|김남중
움직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추천합니다.
저자 김남중
출판사 창비
출간 2009년 7월 28일
분량 230쪽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주인공 호진이는 부모의 이혼 문제로 집을 나와 삼촌이 이끄는 자전거 여행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무려 1,100km, 11박 12일 동안 이어집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주인공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학교생활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건을 경험합니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도 아니기 때문에 중학생이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읽어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중1이라면 부모와의 관계, 가족 문제, 자신의 고민이라는 소재가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중1에게 추천합니다.
- 모험이나 여행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
- 가만히 앉아 있는 이야기보다 사건이 많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
- 스포츠나 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아이
-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다만 부모가 책을 읽은 뒤 “호진이처럼 부모 말 안 들으면 안 되지?”라는 식으로 교훈을 끌어내려고 하면 아이가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호진이는 왜 집을 나갔을까?” 정도의 가벼운 질문이면 충분합니다.

3. 『시간을 파는 상점』|김선영
추리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중1이라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저자 김선영
출판사 자음과모음
출간 2012년 4월 10일
분량 268쪽
수상 제1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시간을 판다는 게 무슨 뜻이지?”
주인공 온조는 인터넷에 ‘시간을 파는 상점’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일을 해결합니다. 평범한 물건을 사고파는 상점이 아니라 시간을 대신 사용해 주는 상점이라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러 의뢰와 사건이 이어지기 때문에 단순한 성장소설보다 사건을 따라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세 권 가운데 분량은 가장 많은 편입니다. 268쪽이기 때문에 정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아이의 첫 책으로는 『긴긴밤』을 먼저 추천합니다.
『긴긴밤』이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읽고 나서 다음 책을 찾는 단계라면 『시간을 파는 상점』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중1에게 추천합니다.
- 추리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아이
- 게임이나 사건 해결을 좋아하는 아이
- 단순한 학교 이야기보다 특별한 설정을 좋아하는 아이
- 앞으로 청소년소설에 도전해보고 싶은 아이
책을 절대 안 읽는 중1이라면 어떤 책부터?
| 아이의 특징 | 추천 책 | 추천 이유 |
|---|---|---|
| 책을 정말 싫어한다 | 『긴긴밤』 | 144쪽으로 부담이 적음 |
| 모험과 여행을 좋아한다 | 『불량한 자전거 여행』 | 자전거 여행과 사건이 계속 이어짐 |
| 추리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 | 『시간을 파는 상점』 | 독특한 설정과 의뢰를 따라가는 재미 |
세 권 가운데 딱 한 권만 고른다면 저는 『긴긴밤』을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144쪽이라는 분량 자체가 아이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중학생이니까 이 정도는 읽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기보다 한 권을 끝까지 읽어본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중학생 자녀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바꿔야 할 것
책을 안 읽는 아이에게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마 이것일 겁니다.
“책 좀 읽어.”
하지만 이 말을 반복한다고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책을 또 하나의 숙제처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목표를 아주 낮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10분만 읽어도 괜찮습니다.
10분 읽고 덮어도 되고, 하루에 몇 쪽만 읽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독서량을 늘리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는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가 책을 다 읽었다면 바로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것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다음처럼 가볍게 물어보세요.
- “어느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어?”
- “주인공이 왜 그렇게 했을까?”
-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아이가 대답하기 싫어한다면 그냥 넘어가도 됩니다.
책을 한 권 끝까지 읽었다는 것 자체가 책을 싫어하던 아이에게는 꽤 큰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중1 독서의 첫 목표는 ‘많이 읽기’가 아니다
책을 절대 읽지 않는 중학교 1학년에게 처음부터 독서량을 늘리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 → 완독 → 자신감 → 다음 책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세 권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짧고 부담 없이 시작하고 싶다면 『긴긴밤』
모험과 여행을 좋아한다면 『불량한 자전거 여행』
추리와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시간을 파는 상점』
특히 지금까지 책을 거의 읽지 않았던 아이라면 부모가 생각하는 ‘수준 높은 책’보다 아이가 실제로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처음 한 권을 읽고 아이가
“생각보다 재미있는데?”
라고 말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독서는 그때부터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