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정명섭 [ 기억서점 ] - 줄거리와 결말 해석; 반전 가득한 한국형 복수극

by 예시카(yesica) 2025. 7. 19.

기억서점 - 출처 교보문고

1. 서론: 기억이 만들어낸 서점, 그리고 이야기의 입구

'기억'만큼 우리를 붙잡아두는 것도 드물다. 지나온 상처이든, 아물지 않은 미련이든, 좋든 싫든 우리는 각자의 기억과 함께 현재를 살아간다. 정명섭 작가의 『기억서점』은 바로 이 '기억'이라는 테마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추리소설이다. 이 책은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책의 늪에 빠져들게 된다. 미스터리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이 책은 '기억'이 얼마나 날카로운 복수의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체감하게 해 주었다.

2. 줄거리: 기억서점의 문이 열릴 때(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1) 사건의 시작, 그리고 유명우 교수

주인공 유명우 교수는 학계와 방송계를 넘나드는 저명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유학 중 아내와 딸을 사고로 잃고, 본인도 두 다리를 절단하는 비극을 겪는다. 그 후 모든 사회활동을 중단하고, 15년 뒤 '기억서점'이라는 고서점으로 돌아온다.

이 서점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방문자는 자신이 왜 책을 원하지 설명해야 입장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희귀 서적을 무료로 나누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족을 죽인 범인을 찾아 복수하려는 교수의 정밀한 사냥터이다.

2) 사냥과 사냥감의 뒤바뀜

기억서점에 등장하는 손님은 목수 김성곤, 유튜버 조세준, 스토커 기질의 김새벽, 부자 오형식 부자까지 총 네 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네 명중에 누가 범인일지 추리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의 심리와 비밀이 교차하며 복잡하게 얽혀있다. 주인공 유명우 교수는 세상과 단절된 채 앞서 등장하는 네 명의 예약 손님을 치밀하게 관찰해 나간다. 이들을 통해 과거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일부러 결정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내 각자의 반응을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긴장감을 체험하게 된다. 유튜버 조세준에게 협조를 요청하여 의심스러운 인물들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흥미로웠으며 추리 소설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범인은 바로 조세준이라는 반전이 밝혀진다.

교수는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했고, 조세준은 자신이 가장 아끼던 고서가 눈앞에서 불타는 광경과 함께 생을 마감한다. 긴 시간 동안 쌓아온 기억과 복수의 고리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게 된다.

3. 인상 깊은 장면과 인물 분석

1) 기억의 서점, 공간의 미학

기억서점은 실제 은평구에 있는 독립서점 '니은서점'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공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담한 서점은 아늑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빛바랜 고서의 냄새와 조용한 긴장감 속에 벌어지는 심리전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 인물의 심리와 입체감

  • 유명우 교수: 복수를 준비한 집요한 지성인이자 동시에 기억에 매인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보여준다.
  • 조세준: 유튜버로 가장했지만 진범이라는 반전의 인물. 끝까지 이중적인 얼굴을 유지하며 반전의 핵심에 있다.
  • 기타 인물: 김새벽, 오형식 등 각기 다른 상처와 기억을 지닌 이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무게를 더한다.

4. 읽고 난 소감: 따끔하고, 서늘하며, 깊은 여운

1) 복수와 기억 - 선과 악의 모호함

이 책의 복수는 단순한 응징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친 고통과 애도의 표현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할은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고, 복수 또한 정의와 죄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복수 후에도 남는 ‘기억’은 또 하나의 족쇄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2) 장르적 쾌감과 현실적 여운

  • 흥미진진한 전개: 긴박하고 치밀한 구성으로 몰입을 유도한다. 한 명의 용의자가 부각되는 듯하면, 이내 또 다른 인물의 심상치 않은 행동이나 과거사가 밝혀지면서 용의 선상이 바뀐다. 이 반전의 연속이 독자에게 불안을 심어주어 심리적 긴장을 유지시킨다. 마지막에 이르러 수많은 사소한 단서들이 조합되어 모든 복선들이 퍼즐처럼 맞아떨어져 짜릿한 쾌감을 준다.
  • 문학적 디테일: 고서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언급이 인문학적 울림을 전한다.
  • 폭력의 현실성: 범인의 심리는 잔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사회적 폭력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3) 개인적 울림과 독서의 의미

책을 덮고 난 후 남는 감정은 따뜻함이 아닌 서늘함이었다. '서점'이라는 공간은 기억과 복수의 냉기가 서린 장소였으며, 독자에게 각자의 '기억서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기억은 끝나지 않는다."는 책 속 한 줄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5. 추천의 말과 마무리

『기억서점』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인간 본성과 기억, 용서와 증오가 한데 어우러진 입체적인 작품이다. 책을 덮은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여운이 남는, 그런 이야기다.

추천 대상

  • 한국형 범죄‧추리소설의 밀도 높은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
  • 복수, 기억, 인간 심리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고 싶은 이
  • 특별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복합적인 이야기를 찾는 독자
  •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
  •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 반전 소설을 찾는 독자

괴롭고 서늘한 이야기, 고서와 기억, 치명적인 복수가 모두 얽힌 이 소설은 한여름밤의 열대야보다 차가우며, 동시에 그만큼 뜨겁다. 『기억서점』이 당신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게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