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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분노와 몰입을 동시에 느낀 소설 : 조예은 장편소설 [ 시프트 ]

by 예시카(yesica) 2026. 1. 20.

 

 

출처 교보문고

 

조예은 작가의 장편소설 『시프트』는 제목부터 단순하고 직설적이었습니다. 짧은 제목이었지만 오히려 그 간결함이 눈에 띄었고,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큰 고민 없이 읽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소설은 단순히 재미있게 읽고 끝나는 스릴러가 아니었습니다. 읽는 내내 분노가 치밀기도 했고, 어떤 장면에서는 안타까움 때문에 쉽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기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작품 소개

『시프트』는 2017년 교보문고 스토리 대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조예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고통을 옮길 수 있는 능력’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희생의 구조를 매우 냉정하게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형사 이창과 능력자 , 두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전개됩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쫓고, 누군가는 고통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선과 악의 경계는 점점 흐려집니다.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포함)

이야기의 시작은 고통을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과 그의 능력을 이용해 기적을 팔아 돈과 권력을 쌓는 한승목·한승태 형제입니다. 이들은 찬에게 사람들의 병과 고통을 떠안게 하며, 이를 마치 신의 축복처럼 포장해 기적을 일으킨 것처럼 속이고 기부의 명목으로 돈을 벌어들입니다. 찬이 이를 거부하려 하면 동생 을 볼모로 협박하고, 심지어 병을 담을 아이들을 납치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이 장면들을 읽으며, 이 소설이 결코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느끼게 됩니다.

형사 이창은 어린 시절, 불치병에 걸린 누나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가 사이비 종교 천령교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본 인물입니다. 교주 한승목의 아들 찬의 능력으로 누나는 기적처럼 완치되지만, 이후 가족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이창은 조카 채린을 홀로 키우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채린에게도 누나와 같은 병이 유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창은 과거의 기적이 진짜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천령교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한편 란은 어린 시절부터 형 찬과 함께 팔려 다니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들의 행태가 얼마나 분노를 유발하는지 모릅니다. 작가의 의도가 그것이었다면 성공입니다. 결국 형에게서 능력을 전이받은 란은 성인이 된 뒤에도 한승목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채 국회의원 박용석의 암을 다른 아이에게 옮기는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란은 한승목을 죽이고, 이창의 부탁을 받아 채린의 병을 자신에게 옮기는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비극적인 장면이자,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결국 채린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마지막 순간 란은 박용석에게 죽음을 선언하듯 말한 뒤 바다로 뛰어들며 생을 마감합니다. 이야기는 시간이 흐른 뒤, 이창과 채린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며 열린 결말을 남깁니다.


감상평 – 분노, 안타까움, 그리고 씁쓸함

『시프트』를 읽으며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은 분노였습니다. 고통을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고통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능력이라는 점이 읽을수록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권력과 돈을 가진 인물들이 아이들과 약자를 희생시키며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려는 모습에서는 읽는 내내 화가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결국 파국으로 향하는 장면에서는 솔직히 말해 통쾌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란이라는 인물은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 존재였습니다. 그의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철저한 저주였고, 그는 단 한 번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모든 고통을 자신이 짊어지기로 한 선택은 이 소설이 보여주는 유일한 ‘진짜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시프트』가 남긴 여운

조예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기적은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누군가는 아파야 한다는 구조, 그리고 그 고통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끝까지 던집니다.

전개는 빠르고, 장면 묘사는 영화처럼 생생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멈출 수 없었습니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읽게 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프트』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고통과 선택,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읽고 난 뒤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