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교차점에서 만나는 이야기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도깨비 복덕방』, 『꿈의 불가마』 리뷰
최근에 읽은 세 권의 책은 모두 하나의 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식 연작소설입니다. 각각의 작품은 다른 배경과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요즘에 즐겨 읽고 있는 소설들로 표지가 예쁜 옴니버스식 소설들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1.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 무라세 다케시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이라는 소설은 기차역이 삶과 이별 사이의 따뜻한 공간으로 묘사되는 소설입니다. 이 책 속의 하나하나의 작별 이야기에서 나오는 이별이 이렇게도 부드럽게 그려질 수 있구나 하고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급행열차 한대가 탈선하여 절별 아래로 떨어졌고 이 대형 참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연인, 가족 등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유가족들이 평범하고 작은 기차역에서 유키호라는 유령을 만나 사고 난 그날의 열차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네 가지의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똑같이 사고를 당해 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딱 한 번이라도 다시 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열차에 오르고 그곳에서 아직 마음을 전하지 못한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가족, 연인, 친구, 남편 등 생전에 끝내하지 못했던 말들을 잠깐이나마 나눌 수 있는 기적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책은 여러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장마다 주인공이 다르고, 그들의 사연 또한 다양합니다. 누구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애타는 마음에 공감이 갈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에피소드 중심의 옴니버스 형식이라 가볍게 읽기 좋다는 생각이 들고 부담 없이 한 에피소드 씩 읽을 수 있으며 각 이야기마다 감동과 여운이 남습니다. 문체도 어렵지 않고 따뜻해서 읽기에도 편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2. 도깨비 복덕방 - 도선우
신비한 공간을 빌려주는 이상하고 기이한 도깨비 복덕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도깨비 복덕방입니다. 복덕방이라는 용어를 아시나요? 요즘에는 공인중개사라고들 하는 곳입니다. 집을 빌리고 사고팔고 하는 곳을 말하는 것이죠.
6개월 단위로 이직하다가 마침내 찾아 헤매던 회사를 만났으나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직장을 잃고 마지막 퇴근하던 민웅이 복덕방이라는 한자를 읽지 못해 찻집으로 착각하고 복덕방에 들어가게 되고 느닷없이 이사할 집을 추천받고 이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신비한 일을 겪게 되는 이야기, 또 소방관인 아버지의 사고로 연이은 수술, 의료과실로 인한 재수술, 그런데 의료 파업으로 인한 문제, 전세사기 문제 등 현재 이슈 되고 있는 사회문제들이 얽혀있는 에피소드에 감동 실린 이야기,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평생 갇혀 산 집에서 죽을 순 없다는 생각으로 죽음에 어울리는 멋진 풍광을 찾아 홀린 듯 홍포전망대로 떠나고 그곳에서 도깨비 복덕방을 만나고 천만 원의 숙박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신비한 이야기의 세 가지의 에피소드가 얽혀있는 소설입니다.
이 세명의 선택 받은 사람들은 생의 끝에 몰려 깊은 절망에 빠진 순간에 도깨비 복덕방을 만나고 기적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도깨비 복덕방의 정체는 무엇인지 드러나지는 않지만 제목처럼 도깨비의 마법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현실과 판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힐링 판타지입니다.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옴니버스 형식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으며 문체는 간결하고 따뜻하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현실과 판타지가 어우러진 소설은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3. 꿈의 불가마 - 정소정
삶을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지치고 힘든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럴 때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소정 작가의 꿈의 불가마는 그런 공간을 상상하며,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주연은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고 갑작스러운 이사와 수도관의 파열 등 연이은 불운에 지쳐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전 세입자가 남긴 목욕권 한 장을 발견하고, 지도에 표시된 여성 전용 불가마 '미선관'을 찾아가게 됩니다. 미선관은 겉보기에는 오래된 목욕탕이지만, 그 안에는 특별한 언니들이 있습니다. 대장언니, 얼음언니, 이쁜 언니 등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언니들은 주연에게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건네면서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그리고 미스터리 한 미선관의 요리사는 누구일지 궁금하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주연은 미선관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통해 삶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아갑니다.
이 소설은 불가마라는 공간을 통해 뜨거운 열기 속에서 땀을 흘리며 자신을 정화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마치 우리가 어려움을 겪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미선관의 언니들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주연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배려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연에게 큰 힘이 되며, 독자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4. 세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
이 세 작품은 모두 하나의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며, 여러 인물의 사연이 유기적으로 펼쳐지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초현실적 공간을 통해 죽음과 이별을 다루고, 도깨비 복덕방은 도심의 현실적인 공간에서 집과 사람의 문제를, 꿈의 불가마는 일상적이고 따뜻한 공간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이야기합니다.
세 책을 연달아 읽고 나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있습니다. 바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을 품는 그릇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공감되고, 더 오래 마음에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5. 총평
이 세 권의 옴니버스 소설을 읽으면서, 삶은 단절된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서로 겹치고 닿아 있는 이야기들의 집합이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될 한 장면이 되기도 합니다. 일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눈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세 권의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