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희 작가의 소설 '영숙과 제이드'는 한국계 미국인 2세 여성 '제이드'를 주인공으로, 엄마의 죽음 이후 시작된 가족의 비밀을 따라가며 한국 현대사 속 여성들의 아픈 역사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조용히 살다 생을 마감한 엄마의 과거를 추적하는 제이드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들은 우리가 외면해 왔던 진실과 만나게 됩니다.
목차
-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여정
- 영숙, 그 이름의 서사
- 제이드, 침묵을 거슬러 엄마를 만나다
- 말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있었던 사랑
- '영숙과 제이드'를 읽고
- 총평
1.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여정
소설은 제이드가 엄마의 장례를 치른 뒤, 옷장 깊숙한 곳에서 발견한 흑백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제이드는 그 사진을 단서 삼아 엄마의 과거를 조사하게 되며, 평생 자신과도 거리를 두었던 엄마의 진짜 삶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이드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엄마의 이민 전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왜 엄마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피했고, 미국 사회에서도 외롭게 살아야 했는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사진 한 장은 그렇게 침묵해야만 했던 영숙의 인생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2. 영숙, 그 이름의 서사
영숙은 어린 시절 식모살이를 하다가, 사장님 집 아들의 성적 위협 때문에 억울하게 쫓겨나게 됩니다. 이후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부동산 중개인 여성에게 속아 기지촌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그 곳은 원해서 간 곳이 아니었으며, 그저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고만 믿고 갔으나 사실이 아니었으며, 마마라는 기지촌의 주인여자에게 빚만 늘어가게 되고 철저한 감시 속에서 도망도 치지 못하는 환경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미군 상대 여성으로 살아가던 영숙은, 그곳에서 한 미군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의 도움으로 기지촌을 나오게 되고 살림을 차리게 됩니다. 그러다 아이를 갖게 됩니다. 바로 제이드였습니다. 영숙은 아이를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지만, 그의 부모는 물론이고 한인들에게 조차 외면받게 됩니다. 그렇게 영숙은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 평생 타인과 소통을 피하고, 침묵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녀는 자식을 위해 과거를 봉인하고, 자신의 삶을 철저히 감추며 외롭게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 침묵이야말로 그녀가 제이드에게 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랑이자 방식이었습니다.
3. 제이드, 침묵을 거슬러 엄마를 만나다
제이드는 엄마가 왜 평생 외로워했는지를 한 조각씩 이해해 나갑니다. 특히, 기지촌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폭력과 차별, 이민자 여성으로서 겪은 이중 고통을 추적하면서, 제이드는 엄마가 삶 전체를 걸고 자신을 보호하려 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녀는 왜 그렇게 외도를 일삼는 남편에게 화 한번 내지 않으면서 헌신적이었는지,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았는지 제이드는 하나하나 엄마를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그렇게 헌신했던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되고 자기 자신마저도 그랬다는 사실에 죄책감마저 들게 됩니다.
제이드는 한국을 방문해 엄마의 과거를 추적하고, 그 안에서 역사 속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삶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녀의 여정은 단순한 가족사 복원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았던 진실에 대한 복권이자, 침묵한 여성들의 증언 수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말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있었던 사랑
영숙은 끝내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이드는 모든 단서를 연결해가며, 그 침묵 뒤에 존재한 무거운 진심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녀는 묘지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이제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왜 그렇게 조용히 살았는지.''
이 문장은 소설 전체를 함축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너무 크고 무거워서 말할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보여줍니다.
5. '영숙과 제이드'를 읽고
- 이 소설은 단순히 감정적인 고발이 아니라, 침묵한 여성들의 서사를 섬세하게 복원하는 문학적 작업입니다. 양공주로 불리며 비하되었던 여성들의 삶을 한 개인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사회가 외면해 온 역사의 뒷면을 보여줍니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었다"는 주제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한국 현대사와 미국 이민사 속에서 개인의 존재와 정체성을 다시 보게 됩니다.
6. 총평
'영숙과 제이드'라는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추리 소설이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가슴 깊이 파고드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가족 서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침묵 속에 잊혀진 여성의 역사, 기지촌이라는 금기된 공간, 이민자의 정체성 혼란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오윤희 작가는 소설가이자 기자로 활동하면서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설 역시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영숙과 제이드'는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말할 수 없었던 여성들을 대신해서 작가가 말을 걸어주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독자에게도 울림을 주며, 우리의 역사 안에 있던 '말해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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