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준 작가의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는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닙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무언가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충동이 밀려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바쁜 삶 속에서, '나중에'라고 미루기만 했던 부모님과의 여행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모라는 존재를 다시금 바라보게 만드는 깊은 감동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엄마와 아들의 세계 일주, 그 출발점
태원준 작가는 어머니의 환갑을 기념해 '여행'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아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무려 300일 동안 전 세계를 여행하기로 결심합니다. 보통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죠. 나이 차이, 체력, 문화 차이, 언어 문제, 여행 경비까지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뒤로하고, 이 모자(母子)는 과감히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섭니다.
여행의 시작은 중국. 이후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 유럽,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삶'을 만나는 여정입니다. 여행 중에는 물갈이와 감기, 사기, 분실 사고 등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그 속에서 어머니는 웃음을 잃지 않고 아들을 걱정하며 이끌어갑니다. 어쩌면 이 여행의 진짜 주인공은 태원준이 아니라 어머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정말 대단하다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꼭 부모님과 함께가 아니더라도 나도 저런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말이죠.
여행은 '함께 있음' 그 자체였다
저자가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입니다. 어머니는 자식의 앞길을 위해 늘 뒷전으로 밀려 있던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숙소를 함께 정하고, 같이 식사를 하며, 무더운 날씨에 투덜대면서도 서로를 보듬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와 아들은 '동행자'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인도네시아에서 머물던 어느 날의 에피소드였습니다. 숙소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중, 어머니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너랑 싸우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야." 그 짧은 한마디에 울컥했습니다. 내가 부모님께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여행으로 당연시하는 가족과의 관계도 회복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와 사람, 낯선 세상에서 배운 것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세계 각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점입니다. 태국의 시장에서 길을 잃은 어머니를 찾아 헤매던 이야기, 스리랑카에서 만난 현지 가족의 정겨운 초대, 이집트의 사막에서 사기꾼을 마주한 날까지, 그 모든 경험이 '관광'이 아닌 '체험'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태원준 작가는 각 나라의 풍경이나 문화보다 그 속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 눈빛, 손짓 하나하나에 집중합니다. 이는 단순히 여행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그런 이유로 여행 에세이를 읽게 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같이 첨부되어 있는 사진들도 유심히 보게 되면서 책의 흥미가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에세이 이상의 감동 - 여행이 끝난 후에도 남는 것
책이 끝나는 지점은 여행이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있지만, 독자로서의 감동은 그 이후에도 이어집니다. 이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그 안에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한 단계 성숙해집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 자주 '나중에 하자'는 말을 하곤 합니다. 언젠가 꼭 함께 여행 가자, 언젠가 시간이 나면 부모님과 오붓한 식사를 하자.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중'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조용히 말해줍니다.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는 그래서 더욱 소중합니다. 부모님과의 시간, 가족과의 추억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나도 엄마와 여행을 가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가까운 곳이라도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진짜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태원준 작가는 특별한 문학적 기교 없이도 진심 어린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울립니다. 오히려 솔직하고 꾸밈없는 글이기에 더 진한 감동을 줍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내 가족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더 자주 전화하게 되고 더 자주 찾아뵙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전화를 무작정 걸어도 부모님은 기쁨 마음으로 받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마무리하며 - 당신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청년들에게는 부모님과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중년에게는 자녀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노년에게는 삶의 또 다른 활력을 느끼게 합니다. 단 한 사람의 특별한 여행이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 당신도 바쁘고 지쳐서 부모님과의 시간을 미루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 아마 책을 덮는 그 순간, 당신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질 겁니다. "우리도 일단 떠나볼까"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