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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의 [ 모순 ] 리뷰;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해석만큼 살아간다.

by 예시카(yesica) 2025. 6. 19.

 

양귀자의 모순


너무 유명한 소설이기도 하고 우연히 잡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 긴 소설은 아니지만 큰 울림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요즘 책을 읽다 보면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양귀자의 '모순'은 다릅니다. 이 책은 아주 조용하게, 하지만 단단하게 삶의 본질을 건드리는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주인공 진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의 삶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1. 저자 소개 - 양귀자

양귀자(1955~)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198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해, '원미동 사람들', '천천히 걷는 사람',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도시 서민의 삶과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양귀자의 글은 복잡하지 않지만, 인물의 감정과 심리를 정확히 짚어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모순'은 그녀가 1998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평범한 20대 여성의 삶을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과 자아 찾기를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양귀자는 요란한 문장보다는 조용하고 절제된 언어로, 오히려 더 큰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줄거리 요약 - 주인공 '진진'의 눈으로 보는 세상

'모순'은 20대 여성 '안진진'이 주인공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가 가끔씩 돌아오는 아버지와 조폭의 보스가 꿈인 남동생을 가족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녀는 누구보다 평범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일상 속에는 가족, 사랑, 자아에 대한 복잡한 고민이 숨어 있습니다.
어머니는 쌍둥이 자매중 언니입니다. 어머니는 술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살면서 삶의 고단함을 이겨 내기 위해 애를 쓰며, 두 자녀를 키우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갑니다. 반면, 어머니의 쌍둥이 동생인 안진진의 이모는 돈도 잘 벌고 계획적인 이모부와 풍요롭게 살아가고, 이모의 두 자녀는 미국에서 유학 중입니다. 이모는 기념일에는 이모부에게 선물을 받고, 주기적으로 여행으로 가면서 풍족하게 살고 있지만, 뭔가 불행한 분위기를 풍기고 결국은 자살을 택하게 됩니다. 이러한 명확하지 않은 관계 속에서 진진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러한 안진진은 호감이 있는 두 남자와 만나는 중입니다. 서로 성격이 다른 두 남자와 비교하며 만나면서 자신의 엄마의 삶과 이모의 삶과도 비교하게 되고, 두 사람에게 청혼을 받으면서 누구를 선택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바람 잘 날 없는 연속된 불행을 솔직히 다 말할 수 있는 사람, 계획적이고 왠지 다해줄 것 같은 남자, 나영규. 반면 자신의 부족한 면은 숨기게 되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남자, 김장우. 김장우에게 언젠가는 이모를 엄마라고 말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의 불행을 계속 보게 되지만 그럼에도 안진진은 김장우에게 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가가 이 소설의 최대의 클라이맥스인 것 같습니다. 누구를 선택했는지는 소설을 읽어보시면서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결국 진진은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대가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3. 모순이라는 제목이 말하는 것

이 소설의 제목은 '모순'입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제목일까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우리는 모두 모순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진진은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고, 사랑을 원하면서도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합니다. 이런 모습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요? 그것이 인간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위로가 됩니다. 모순된 감정 때문에 괴로웠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니까요.
우리는 종종 타인을 이해하지 못해서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서 더 힘든 경우가 많지 않을까요? 저도 진진처럼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4. 총평

양귀자 작가는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선을 가졌습니다.
'모순'에는 큰 사건이 없습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작가는 거창한 말보다 조용한 진심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나?,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모순'은 단순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는 책이 아닙니다.
진진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내 삶의 거울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소설은 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5.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가족과의 관계에서 갈등이나 거리감을 느끼는 분
  • 사랑 앞에서 혼란스럽고 복잡한 마음을 겪고 있는 분
  • 20~30대,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인 분
  • 빠른 이야기보다는 잔잔하고 진심 어린 소설을 좋아하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