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설 원작 영화에 대해 글을 작성했었는데요. 소설 원작의 영화는 아직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중에서 좋았던 영화를 소개해보는 두 번째 글을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소개해 볼 소설 원작 영화는 7년의 밤,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 대도시의 사랑법입니다.
1. 7년의 밤 - 복수와 죄책감의 무게
1) 줄거리 요약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끔찍한 사고와 그로 인한 복수를 다루지만, 줄거리와 인물 묘사, 그리고 결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소설과 영화 모두 세령댐 관리자로 부임하던 최현수가 짙은 안갯속에서 우발적으로 소녀 세령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면서 시작됩니다. 세령의 아버지 오영제는 딸의 죽음에 복수를 다짐하고, 7년 후 최현수의 아들 서원을 이용해 잔혹한 복수를 실행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최현수는 아들을 지키려 발버둥 치며, 두 남자의 비극적인 운명과 그 여파가 그려집니다. 책은 두께가 좀 있었지만 앞장에 나와있는 세령댐 주변의 지도를 몇 번이나 들쳐보면서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사실 영화는 소설에 비해 긴장감이나 감정묘사 등이 덜하고 약간의 지루함이 있었지만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캐릭터들의 선택과 감정이 더 깊게 다가와 분명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소설과 영화의 비교
결말차이: 소설에서 최현수는 사형 집행을, 오영제는 경찰에 체포되어 법의 심판을 받습니다. 최서원은 오영제의 복수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반면, 영화는 최현수가 감옥에서 자살을 하고, 오영제는 최서원과 함께 동반 자살을 시도하며 결국 최서원만 살아남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맺습니다.
인물묘사: 소설은 인물의 내면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며, 오영제를 철저한 소시오패스로 묘사합니다. 최현수 또한 무능력하지만 아들을 지키려는 부성애가 강한 인물입니다.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지만, 오영제의 소시오패스적 면모가 다소 완화되었고, 일부 주변 인물의 역할이 축소되어 원작의 깊이를 완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주도권과 서사: 소설은 최현수와 오영제 외에도 안승환, 문하영 등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입체적인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주인공 두 인물의 대립에 집중하며, 비교적 단순하고 빠른 전개를 보여 줍니다.
2.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 - 죽음을 앞둔 소녀의 반짝이는 삶
1) 줄거리 요약
이 영화는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일본 청춘 멜로로 제목은 다소 충격적이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앞둔 여고생 사쿠라와 우연히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나(하루키)의 특별한 시간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소년이 병원에서 사쿠라가 떨어뜨린 공병문고라는 일기창을 읽고 그녀가 시한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쿠라가 죽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함께 하기로 합니다. 함께 여행을 가거나 일상적인 데이트를 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서 하루키는 점차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변화하며, 사쿠라 또한 하루키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반전은 사쿠라의 죽음이 췌장암이 아닌 묻지마 살인으로 사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쿠라의 죽음으로 하루키는 깊은 상실감에 빠지지만 사쿠라가 남기 공병문고를 통해 그녀의 진심과 자신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됩니다. 성인이 된 하루키는 사쿠라의 바람대로 타인을 사랑하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2) 소설과 영화의 비교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는 소설과 영화 간에 서사 방식, 인물 설정, 그리고 주요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소설은 '나'라는 1인칭 화자의 시점으로 내면 심리에 맞춰 하루키의 성장을 섬세하게 그리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직선적인 서사를 따릅니다. 반면에 영화는 12년 후 성인이 된 하루키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 구조를 사용하여 감정의 전달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직접적이고 풍부하게 표현합니다. 또한 남자 주인공의 이름 노출 시점과 12년 후 스토리에 대한 처리방식도 다릅니다. 소설에서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마지막에 밝혀지지만,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시가 하루키로 불립니다. 영화는 원작에 없는 12년 후 스토리를 추가하여 성인이 된 하루키의 성장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소설은 내면의 성찰과 함축적인 표현으로 독자에게 깊은 사색을 유도했다면, 영화는 시각적 스토리텔링과 추가된 서사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더욱 명확하고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3. 대도시의 사랑법 - 도시 속의 다양한 사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의 연작 소설로, 게이 남성인 영이 겪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성장 과정을 4개의 단편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재희,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라는 각 에피소드는 주인공 영이 자유분방한 친구 재희와 동거하고, 암투병 중인 어머니를 간병하며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고, 에이즈에 감염된 후 겪는 관계의 어려움 등 다양한 삶의 단면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원작 소설의 에피소드 중 첫 번째인 재희 편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인 재희(한고은)와 동성애자라는 비밀을 숨긴 흥수(노상현)가 만나 13년간 동고동락하며 펼쳐지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성장을 그립니다. 흥수는 재희에게 자신의 비밀을 들키지만, 재희는 이를 지켜주며 두 사람은 친해지고, 월세와 안전 문제로 인해 동거를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재희는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고, 흥수는 사회적 편견과 갈등 속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영화는 원작의 내용에 다양한 각색을 더해서 재희의 결혼과 흥수가 작가로서의 길을 찾아가는 결말로 마무리됩니다.
소설은 주인공 영의 1인칭 시점으로 서사가 전개되며, 그의 내면 심리와 복잡한 세계관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방대한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작 소설의 특성상 각 단편은 독립적이지만, 영이라는 동일 인물이 등장하여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그의 성장서사를 이룹니다. 주로 영의 시선에서 재희를 관찰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재희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3인칭 시점으로, 두 주인공인 재희와 흥수 모두에게 입체적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2시간 분량으로 압축하면서 주요 사건 위주로 간소화되었으며, 특히 재희의 서사를 확장하여 재희의 캐릭터의 비중을 높였고, 두 주인공의 관계와 성장에 추점을 맞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