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The Giver)』는 오래전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온 작품입니다. 저 역시 주변의 추천과 좋은 리뷰를 보고 읽게 되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이 책이 청소년 소설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어쩌면 저는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가볍고 단순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은 지금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고 느낍니다.



『기억 전달자』 줄거리
이야기의 배경은 모든 것이 통제되는 미래 사회입니다. 사람들은 고통도 없고 갈등도 없으며,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직업은 공동체가 정해주고, 가족 역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안에서 배정됩니다. 심지어 출산과 죽음마저 관리되고 통제됩니다.
주인공 조너스는 열두 살이 되는 해에 공동체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바로 단 한 사람만이 맡을 수 있는 '기억 전달자'의 후계자가 되는 것입니다.
조너스는 노인 기억 전달자로부터 과거 인류가 경험했던 수많은 기억들을 전달받게 됩니다. 눈 덮인 언덕을 썰매로 내려오는 즐거움, 가족 간의 사랑, 색깔이 존재하는 세상 같은 아름다운 기억도 있지만, 전쟁과 상실, 고통과 죽음 같은 아픈 기억도 함께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점차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과연 완벽한 사회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하게 됩니다.
책 제목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 읽어서 더 좋았다
저는 책을 읽기 전까지 '기억 전달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제목의 의미가 더욱 궁금해졌고, 조너스가 기억을 전달받기 시작하면서 제목이 가진 의미를 하나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을 모르고 읽은 것이 오히려 이 작품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조금씩 진실에 다가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읽으면서 떠올랐던 영화, 『트루먼 쇼』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오래전에 정말 재미있게 봤던 영화 『트루먼 쇼』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트루먼 쇼』 역시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거대한 통제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마지막 반전에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기억 전달자』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물론 두 작품은 전개 방식이 다르지만, 통제된 세상 속에서 진실을 깨달아 가는 인물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묘하게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늘 같은 상태는 과연 행복일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늘 같은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행복한 삶일까?"
소설 속 사람들은 슬픔도 없고 갈등도 없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설렘도, 자유도 없습니다.
색깔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가족이라는 존재도 진짜 가족이 아니며, 부모와 자식 사이의 깊은 정 역시 경험하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사회처럼 보였지만, 읽을수록 오히려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험도 없고 실패도 없지만, 그 대신 행복도 없는 세상. 그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너무나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좋은 기억만이 아니라 아픈 기억도 필요하다
조너스가 기억을 전달받으며 경험하는 장면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한 기억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고통스러운 기억과 슬픈 경험 역시 우리를 성장시키고, 다음 선택을 더 현명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책을 읽으며 "안 좋은 기억도 결국 교훈이 되고 깨달음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인간이 모든 아픔을 제거한 채 살아간다면, 과연 지금의 인간다움이 남아 있을까 하는 질문도 떠올랐습니다.
조너스의 성장과 선택
기억을 갖게 된 조너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특히 조너스가 점차 성장해 가는 과정과 친구들,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틀 안에 담겨 있지만, 자유와 선택,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놀라웠습니다.
소설을 읽고 영화까지 찾아보게 만든 작품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영화 『기억 전달자』도 찾아보았습니다.
영화는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이미 소설을 읽고 난 뒤라 등장인물과 세계관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은 뒤 영화를 보는 재미가 정말 컸습니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장면들이 실제 화면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경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신 분이라면 영화도 한 번 함께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기억 전달자』를 추천하는 이유
『기억 전달자』는 청소년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입니다.
오히려 성인이 읽었을 때 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자유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읽는 동안은 흥미로운 소설로 즐길 수 있고, 읽고 난 뒤에는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습니다.
만약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닌 깊이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기억 전달자』를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