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으면서 느낀 첫인상
처음 제목을 보고 어떤 소설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들어보니 미미라는 아이가 나오고 수사하는 내용이더라고요. 직관적인 제목이던 겁니다. 오디오북으로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건 기존의 추리물과 결이 다르다'였습니다. 김만봉 작가는 현장 단서 대신 진술서와 기록의 문장들을 통해 사건의 균열을 찾아내고, 그 균열을 이어 권력의 은폐와 조직적 침묵을 드러냅니다. 말과 기록이 곧 단서가 되는 설정은 듣는 순간부터 긴장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부분이 무척 신선하고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2. 진술서를 바탕으로 한 수사 - 매혹적인 접근
진술서 자체를 면밀히 읽어내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증거를 찾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게 만듭니다. 누군가가 쓴 한 문장, 시제의 미묘한 변화, 호칭의 선택 같은 사소한 요소들이 사건의 윤곽을 바꿔 놓습니다. 이런 접근은 독자가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진실을 함께 짜 맞추는 동반자가 되게 합니다.
3. 등장인물 및 줄거리
미미: 케이크 가게 비터스위트 케이크하우스의 주인이자 진술서 분석가 역할을 하는 파티셰, 사소한 말투나 호칭 변화, 문장 속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이 탁월.
문수 형사: 베테랑 형사로, 미미가 제공하는 단서들을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가는 인물.
형식: 신입 형사로, 문수와 함께 사건 수사에 참여하며 진술서의 분석 과정을 배우고 보조.
소설은 여러 개의 사건(진술서)으로 나뉘어 전개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동반 자살 진술서는 한 남자가 여자친구와의 약속된 결혼을 여자친구 부모가 반대했고,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는 진술이 나옵니다. 하지만 미미가 남자의 진술서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고 진실을 밝혀내게 됩니다. 그 외에도 비터스위트케이크하우스, 최초발견자진술서, 목격자 진술서, 허위 자백 진술서, 교통사고 경위서 등 다양한 진술서가 등장하고 각 사건마다 다른 유형의 진술 오류, 증언의 모순 혹은 의도적 은폐 등이 테마로 등장합니다. 이 사건들을 통해 미미와 문수형사, 형식 등의 인물이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상처와 회복의 요소도 드러나게 됩니다.
미미하지만 수사는 표면적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인물들의 진술서가 하나씩 쌓이면서 그 속에서 권력형 범죄, 은폐, 조직적 침묵이 점점 드러납니다. 사건의 외형은 단순하지만, 그 뒤에 감춰진 권력의 그림자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4. 권력형 범죄와 은폐 - 사회파 스릴러로서의 무게
책은 사소한 진술에서 시작해 점점 큰 그림을 드러냅니다. 단순한 범죄 사건을 넘어선 권력형 범죄의 구조, 은폐의 메커니즘이 등장인물들의 말과 공백 사이에서 드러납니다. 이 점이 이 작품을 단순한 미스터리에서 한 단계 끌어올립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과 닮아 있어 듣는 동안 섬뜩함이 따라옵니다.
5. 오디오북으로서의 완성도
진술서라는 서술 방식은 글로 읽으면 자칫 건조해질 수 있지만, 오디오북에서는 목소리의 톤과 호흡이 붙으면서 감정의 결이 살아났습니다. 성우의 전달력 덕분에 인물들의 속내가 더 깊게 와닿았고, 사건을 둘러싼 모호성이 청취 경험을 끝까지 붙들어 두었습니다.
6. 영상화 가능성 - 왜 드라마/영화로 어울릴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술서 분석의 치밀함은 법정 드라마나 수사물의 긴장감을 제공하고, 권력형 범죄의 고발적 성격은 사회파 장르로 확장할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연출적으로는 교차 편집과 회상·기록의 재구성을 통해 시청자에게 단서와 오해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어, '시그널'이나 '비밀의 숲' 계열의 작품들과도 견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될진 모르겠지만요.
7. 개인적 한마디
“말과 기록이 진실을 숨기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한다.”
오디오북으로 들은 이번 경험은, 추리의 재미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단지 '범인은 누구인가'를 찾는 것을 넘어, '왜 진실이 왜곡되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8. 추천 독자
- 사회적 메시지가 섞인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
- 진술·기록 기반의 치밀한 추리를 즐기는 독자
- 오디오북으로 듣는 법정, 수사물에 관심 있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