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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 첫 여름, 완주 ] 오디오북 리뷰

by 예시카(yesica) 2025. 6. 5.

 


들을 만한 오디오북을 찾아보던 중, 새로운 소설 '첫여름, 완주'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김금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첫여름, 완주'를 오디오북으로 들었습니다. 평소 책을 눈으로 읽는 걸 좋아하지만, 산책을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듣기에 오디오북 만한 게 없더라고요. 사실 표지를 보고 유치하거나 그냥 가벼운 이야기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섬세하며, 감각적인 여름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1. 귀로 만난 소설, 눈보다 선명하게 다가오다

'첫 여름, 완주'는 듣는 사람을 위한 소설로 기획되어, 처음부터 오디오북 형태로 먼저 제작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배우 박정민이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MUZE)의 첫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이목을 끌었으며, 다양한 배우들이 오디오북 제작에 참여해 극처럼 구성된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염정아, 박준면, 최양락, 고민시, 김도훈 등 실력파 배우들이 참여한 이 오디오북은 단순한 낭독을 넘어선, 하나의 살아있는 이야기극이었습니다. 마치 드라마처럼 몰입감 있게 다가왔고, 음악과 효과음이 더해져 상황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듣는 내내 누구 목소리지? 최양락 씨가 어디 있지? 등 재미있는 요소들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2. 줄거리 요약

주인공 손열매는 성우입니다. 어린시절에 글을 못 읽는 할아버지에게 자막을 읽어주다가 성우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룸메이트면서 선배인 고수미가 투자 실패 후 사라지고, 돈을 갚지 않고 사라진 선배 고수미로 인해 우울증으로 목소리까지 변하게 되면서 갑자기 길을 잃고 삶의 균형까지 잃습니다. 그런 이유로 열매는 수미 선배를 찾기 위해 선배의 고향인완주마을로 떠나게 되고, 수미 어머니가 운영하는 장례지도사 겸 슈퍼에서 머물게 됩니다.
완주에서 열매는 독특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별명이 어저귀인 외계인 같은 청년, 춤을 사랑하는 중학생 한양미, 과거 배우였으며 지금은 시고르자브로종(시골잡종) 개와 함께 살고 있는 정애라, 차별과 오해를 받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등과 함께하며 조금씩 삶을 회복합니다. 열매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며, 낯설던 곳이 점점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어갑니다. 수미 엄마는 장례지도사 일을 하면서 홀로 암투병도 하면서도 사라진 딸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폐교위기의 학교,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겪는 차별, 골프장 건립을 둘러싼 주민들 간의 갈등 등 조용한 것만 같은 시골마을은 다양한 소외 계층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면서 다양한 문제와 긴장이 감도는 그런 복잡 미묘한 공간으로 묘사되어 소설의 재미와 감동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의 할아버지의 조언들이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열쇠가 되고 마왕 신해철의 목소리까지 다양한 흥미거리들이 있어서 오디오북 소설을 꽉 채워주고 있습니다.
김금희 작가의 문장은 가만히 있지만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큰 사건 없이 흘러가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농도는 매우 깊습니다.

3. 인물 간의 대화, 일상 같은 대사에 담긴 깊이

이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특히 좋았던 점은 인물 간의 대화였습니다. 작가가 만든 대사는 일상적이면서도 곱씹을수록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강동경의 엉뚱한 말, 정애라의 단단한 어투, 한양미의 발랄함 속 외로움, 목소리로 들을 때 훨씬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지문조차 배우들이 직접 읽어주기 때문에 감정이 더 풍부하게 전달됩니다. 듣는 소설만의 매력은, 글보다 더 감각적으로 전달되는 그 '온도'에 있다고 느꼈습니다.

4. 책의 디자인과 전시, 읽는 책을 넘은 감각의 경험

'첫 여름, 완주'는 책 그 자체도 독특합니다. 실제 책은 예전에 비디오테이프나 카세트테이프를 닮은 슬라이드 케이스에 담겨 있어, 보는 순간부터 '듣는 소설'이라는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또한 예전에 비디오테이프가 연상되어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해서 보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소설이 아니라 문학 프로젝트처럼 느껴졌으며, 글, 소리, 디자인이 함께 어우러져 독자에게 더 깊은 경험을 제공하는 듯합니다.

5. 들으면서 떠오른 나만의 감정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서글픈 따뜻함'입니다. 열매와 수미, 정애라, 동경이 겪는 상처는 다 다르지만, 그들은 서로를 통해 살아갑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이유 없이 지칠 때, '완주'라는 공간이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괜찮아, 잠시 쉬어도 돼.'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고, 침묵 속에서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이야기처럼, 우리도 누군가와 함께 인생의 여름을 완주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6. '첫 여름, 완주'는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여름 감성을 가득 담은 힐링 소설을 찾는 분
  • 현실 속 따뜻한 이야기로 위로받고 싶은 분
  •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새롭게 경험하고 싶은 분
  • 김금희 작가의 섬세한 문장을 좋아하는 독자
  • 관계와 상처, 회복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

7. 마무리하며

'첫 여름, 완주'는 단순히 귀로 듣는 소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주인공의 회복 이야기이자, 우리가 지나가는 인생의 사계절을 되짚어보게 하는 따뜻한 여정입니다.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낀 여름. 이 책은 지금 잠시 멈추고 싶은 당신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