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읽었던 김재희 작가의 소설『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이 인상 깊어서 다른 작품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경성탐정 이상』 시리즈를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인 이상이라니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에는 실제 문학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가벼운 미스터리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 작품은 생각보다 훨씬 본격적인 탐정소설이었습니다.
『경성탐정 이상』은 어떤 소설일까?
『경성탐정 이상』은 실제 인물인 시인 이상과 소설가 박태원(구보)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 추리소설입니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여러 사건을 의뢰받고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실제 역사 속 인물인 이상과 박태원을 탐정 콤비로 재해석했습니다. 이상은 뛰어난 두뇌와 관찰력을 가진 추리 담당 역할을 맡고, 박태원은 현장을 누비며 사람들을 만나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실제 문학사 속 인물들을 이렇게 활용했다는 점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장편 한 편이 아니라 여러 사건을 담은 연작 단편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저는 읽으면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허상의 어릿광대』가 떠올랐습니다. 각 단편이 독립적인 사건을 다루면서도 완성도가 높아 한 편 한 편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경성탐정 이상 1권 간단 줄거리
1권에서는 경성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합니다.
실종 사건, 살인 사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사건들이 이어지고 이상과 박태원은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을 추적합니다.
당시 경성의 분위기와 사회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단순한 추리뿐 아니라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이 사건 속에 녹아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전개가 등장하는데, 실제 역사 속 이상의 삶을 알고 있다면 더욱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저 역시 마지막 편을 읽고 나서 "이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경성탐정 이상 2권 간단 줄거리
2권은 1권 마지막 이야기와 연결되는 부분이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운 사건들이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1권에서 남겨진 여운을 다시 끌어오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여러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지만 각 사건의 완성도가 높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특히 1권을 읽은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시리즈가 무려 5권까지 출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1권과 2권에서 이미 이상의 삶과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이후 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갈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실제 역사와 소설이 만나는 재미
이 작품이 특히 흥미로웠던 이유는 실제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실제 역사 자료를 찾아보며 읽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상은 시인이 되기 전 건축가로 활동했으며 조선총독부 건축 관련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이러한 실제 이력이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또한 문학 동인인 구인회 활동이나 당시 경성의 문화 분위기 등 실제 역사적 사실들이 곳곳에 등장합니다.
각 권에는 주인공이외에 역사적 인물들이 나오는데 1권에는 조선후기의 화가 최북의 미인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 화가 최북은 있지만 아무리 찾아도 미인도는 나오지 않더라구요. 허구인가봅니다. 미인도가 묘사되고 있어서 실제가 있다면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습니다. 2권에는 독립운동가이자 한국 최초 여류비행사 권기옥이 등장해서 사건을 의뢰합니다. 권기옥님은 위인전기로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역사 고증하듯이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한 소설입니다.
물론 소설적 상상력이 더해져 있지만 실제 역사와 허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서 읽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읽는 동안 "이 부분은 실제일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생겼고 자연스럽게 검색까지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상과 구보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상과 구보의 관계였습니다.
검색하보니 실제로 1910년생 이상과 1909년생 구보는 한 살로 친구가 될 수 있겠더라구요.(한 살정도는 친구죠.)
이상은 비상한 두뇌와 날카로운 추리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됩니다.
사건 현장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단서를 발견하고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반면 구보는 겉으로 보면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이상의 추리를 완성시켜 줍니다.
마치 셜록 홈즈와 왓슨을 떠올리게 하는 조합이었고,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1930년대 경성이라는 배경의 매력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경성'입니다.
모던보이와 모던걸이 거리를 활보하고 서양 문화가 유입되던 시기.
전통과 근대가 뒤섞여 있던 독특한 시대 분위기가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습니다.
카페와 다방, 전차, 경성 거리의 풍경들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이나 당시 예술가들의 문화적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총체적 감상평
『경성탐정 이상』은 단순히 유명 문학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가벼운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실제 역사와 문학, 그리고 본격 추리를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입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물론이고, 이상이나 박태원 같은 한국 근대 문학 작가들에게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1권을 읽기 시작했다가 결국 2권까지 연달아 읽어버렸습니다.
아직 3권은 읽지 않았지만 이미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실존 인물이 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독특한 설정,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섞인 세계관,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본격적인 추리까지.
『경성탐정 이상』은 역사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시리즈였습니다.
지금까지 책탐리뷰였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공감과 댓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