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기적이라는 이야기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건 영화 <넘버원>의 예고편 때문이었다.
제목이 워낙 강렬해서 “이거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우연히 오디오북 플랫폼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고민 없이 바로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조금 놀랐다.
나는 하나의 긴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이 책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이어지는 여러 단편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었다. 처음에는 “아, 장편이 아니구나”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감정선이 깊게 이어지는 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등장인물들의 이후 이야기를 더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각 단편마다 완성도가 꽤 좋았고, 비슷한 주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는 담담했고, 어떤 이야기는 먹먹했고, 또 어떤 이야기는 괜히 마음 한구석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듣다 보니 오히려 “이 소재를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어서 끝까지 몰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다 듣고 나서는 오히려 영화도 꼭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설정
이 책의 제목인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
이 문장 자체가 이미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우리는 부모님과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을 ‘당연한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고, 다음 주에도 먹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누군가 갑자기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이제 328번 남았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간 멈칫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식으로 우리에게 숫자를 보여준다.
끝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평범했던 하루가 갑자기 특별해진다.
줄거리 요약
평범한 일상에 ‘남은 횟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 속 이야기들은 각각 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거창한 판타지나 거대한 사건 대신, 어느날 갑자기 눈앞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있는 '남은 횟수'가 숫자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단편소설집이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소중한 이들과의 시간이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시한부처럼 잔여 횟수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늘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가족과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너무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된다.
- 늘 먹던 엄마의 밥
- 귀찮다고 미뤘던 연락
-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
- 당연히 다시 올 줄 알았던 내일
이 소설은 거창한 사건보다 아주 평범한 순간들에 집중한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지루하고 평범했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인지를 보여주며,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책을 들으면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내 베스트프렌드가 생각났다.
그 친구가 떠났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
휴대폰을 열면 여전히 연락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냥 바빠서 한동안 못 만난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가 밀려왔다.
왜 그렇게 자주 만나지 않았을까.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왜 괜히 질투하고, 별것 아닌 감정으로 마음을 멀리했을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사람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하지만 동시에 믿는다.
그런 거짓말 같은 불행은 쉽게 내게 오지 않을 거라고.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린다.
그래서 단순히 감성적인 소설이 아니라, 지금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일본소설 특유의 감성, 그런데 익숙하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한국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일본작가가 쓴 소설이었다.
읽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 감성과 한국 감성이 참 비슷하구나.”
특히 가족, 식사, 후회, 지나간 시간에 대한 감정 표현은 우리 정서와 굉장히 닮아 있었다. 거창한 사랑 이야기보다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비슷했고, 그래서 더 공감이 갔다.
최근 일본 감성 소설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런 부분 때문인 것 같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를 통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아쉬웠던 점
솔직히 말하면 단편 형식은 조금 아쉬웠다.
몇몇 에피소드는 정말 더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감정이 막 깊어지려는 순간 이야기가 끝나는 느낌도 있었고, 등장인물들의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영화에서는 이 감정들을 어떻게 이어서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아마 영상으로 보면 음식, 표정, 집안 분위기 같은 요소들이 더해져서 훨씬 먹먹하게 다가올 것 같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
이 책은 결국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당신은 오늘을 정말 당연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늘 미래를 전제로 살아간다.
내일도 출근할 거고,
멀리있는 친구는 약속만 잡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거고,
엄마는 언제나 집에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갑작스럽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괜히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하고 싶어지고,
오래 연락 안 한 친구가 떠오르고,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졌다.
어쩌면 이 책의 진짜 의미는
‘남은 횟수’를 세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일본 감성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 잔잔하지만 여운이 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 부모님, 친구, 연인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싶은 사람
- 오디오북으로 감정 몰입되는 작품을 찾는 사람
가볍게 듣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책이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